남녀커플 100제
언제나 저 좋을 때 끄적거리는 남녀커플 100제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
좀더 에로에로하고, 좀더 끈적끈적하고, 좀더 메로메로하고, 좀더 모에모에한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OTL
"오빠, 오빠는 언제부터 언니를 좋아하게 됐어?"
이런 위험한 질문을 하는 아이는 내 이복동생이다. 이 아이는 아까부터 내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TV에는 동생이 특히 좋아하는 가수가 나온다. 나오지만, 노래 부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나와서 떠드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그런걸 왜 보는거야?'라고 물어봤자 돌아오는 것은 동생의 한심스러워하는 눈초리 뿐이다. 나는 침대에 엎드려서 예전에 사다놓았던 책을 읽고 있었다. 정말 재미없는, 그런 책이었다.
"글쎄~"
대단히 성의 없는 대답으로 그 질문을 넘겨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 시점을 확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알게 된 것이다. 그녀를 좋아하고, 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이런 질문은 별로 받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빠를 좋아하게 된 건, 아마 중학교 1학년 때인가 봐."
동생이 아버지를 좋아하게 된 시기는 아마 아버지와 지금의 어머지가 재혼한 후로 2년이 지나는 즈음이다. 그 때부터 벌써 4년이 지났다. 동생은 나와 한살 차이가 난다. 동생이 한가족이 된 후로 동생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내가 언제나 돌봐주고 있었다.
"응, 알고 있어. 그 때의 너는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갑자기 동생이 나를 돌아본다.
"어차피 나와 아빠는 피가 이어지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상관없잖아. 법적으로 어떤지는 몰라도."
동생의 눈이 똑바로 나를 향해있다. 나는 엎드려 있던 자세에서 양반다리로 앉았다.
"그런데 오빠는 아니잖아."
동생의 눈동자는 검푸르다. 피가 이어져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의 눈동자는 그녀의 색을 닮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나는 동생을 이복동생으로 보지 못했다. 동생을 대할 때마다 언제나 그녀를 곂쳐보았었다.
"오빠가 언니를 좋아하는 건 다르지 않아? 언니와 오빠는 피가 이어져 있으니까."
동생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로 말한다.
"피가 이어진 관계를 터부시하는 것은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를 낳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인건가? 단지 그 뿐이라면 이제 그런 터부도 사라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중세 유럽에서는 일부러 혈족결혼을 했었고, 이제는 굳이 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거의 소멸한 시대를 살고 있잖아. 가족끼리 좋아서 결혼하겠다는데 왜 그렇게 문제가 되는거지?"
동생은 자기 좋은대로 나불나불 떠들어댄다. 어디서 주워들은 내용들일 것이다. 어딘가의 사탕발림. 좋지않은가, 그녀는 그녀대로의 합의점을 찾고싶은 것이겠지.
"피가 이어져 있건, 이어져 있지 않건,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과 살고 싶은 거야. 좋아하는 사람하고 있으면 그 것만으로도 힘이 되니까."
내가 그렇다. 아무 것도 없어도 돼. 그저 그녀의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 그 어떠한 형태의 장애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그렇게 무르지 않으니까 문제가 되는거지."
그 말을 끝으로 동생은 다시 TV를 바라봤다.
밤 10시를 넘어서는 시각. 그녀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동생이 사랑하는 아버지도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1주일간 사업차 여행으로 인도에 갔다. 집에는 나와 동생 단 둘 뿐이다.
"우린 왜 살까?"
요란한 색채의 광고들을 보면서 나는 말했다.
"바보.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지."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던져놓고 동생은 일어나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동생의 말을 곱씹으면서 해일처럼 밀려들어오는 외로움에 몸을 떨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이렇게 밀려오는 고독감을 참을 수 없다. 타인의 따뜻함을 알게 된 후로 나는 이렇게 싸늘한 고독감을 버티기 힘들어졌다. 혼자서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금빛 성배를 가슴에 품은 것처럼 나는 가슴을 움켜쥐고 침대 위에서 둥글게 웅크렸다.
지금 당장 이 허전함을 채워주세요.
세상을 향해 어리광을 부려봐도 돌아오는 것을 싸늘한 눈초리 뿐. 이 나를 살려둘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사람 뿐. 오직 그녀만이 나의 굶주림을 해소시켜줄 수 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몇번의 신호음이 간 후 그녀가 전화를 받는 소리가 났다.
"어쩐 일이야?"
그녀가 조금 낮은 톤으로 전화를 받는다.
"그냥. 누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기 너머로 실소하는 소리가 난다.
"으응, 그래그래. 나 이제 출발할꺼니까, 한 1시간 15분 정도 후에 도착이야."
가볍게 말하는 그녀의 울림은 경쾌하다. 지옥의 밑바닥을 손으로 긁고 있던 나와는 천지차이이다. 빨리 그녀에게 안기고 싶다. 나의 감정을 받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누나, 보고싶어."
살짝 떨리는 내 목소리를 그녀가 알아챘을까.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민감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보고싶으면 내가 사진 찍은 거 보내줄까? 친구들이랑 찍은 건데."
그런 건 전에 한번 받아봤다. 친구 5명과 몰려서 찍은 사진. 얼굴이 너무 작게 나와서 확대해봐도 어떤 얼굴인지 원체 알 수 없었던 그 사진.
"그런 거 필요없어. 그냥 보고싶을 뿐이니까. 조심해서 와."
짐짓 쿨한 듯 이야기를 끊어놓는다. 그러자 피식 웃는 소리와 함께 '사랑해'라는 달콤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끊어진 전화에 아직도 귀를 귀울이고 있다. 마지막에 들린 '사랑해'라는 소리가 다시 한번 더 들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끊어진 전화음을 계속 듣고 있다. 이런 거 범죄야. 법적으로 구속조치가 필요해.
----------------------------------------------------------
이젠 들어가서 자야겠네요.
왜이렇게 머리가 아픈지...
제목이 '아이니까'인 이유는... 이런 투정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아이뿐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는 아마 이거겠죠. 어른이 되면 더이상 어리광을 부리지 못하게 되니까요.
왠지 글이 대충대충인 이유는..... 아마 제가 살짝 치통을 겪고 있어서 일겁니다. 아, 더 생각하기 귀찮아~ 라는 느낌이에요.
전. 아직도 아이입니다.
정신적으로 아직도 아이입니다.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요.
나는 혼자서도 살 수 있다고, 허세를 부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사랑도 좋아함의 감정도, 다 모르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오로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그런 감정 상태로 죽었으면 좋겠어요.